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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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방배동 전원주택에 살던 때는 운동하기가 좋았드랬습니다.
뚜렷한 사계의 정취를 느끼며 뒷산 우면산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봄이면 진달래 만발한 풀섶에 앉아 기도하고,
여름이면 무성한 그늘 아래서 긴 숨 내쉬었습니다.
가을이면 떡갈나무 잎 방석 삼아, 지는노을 아쉬워했었습니다.
겨울이면 흰 눈 남은 계단을 새색시마냥 두려워 내려오곤 했던것입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잊을 수 없는 일이란, 산 정상에 올라 내려다 뵈는 마을 보며
두손들어 축복할 때 였습니다.
혹은,
늦은 저녁이면 번쩍거리는 도심의 네온을 보고
주님이 그러셨던것처럼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선지자들을 죽이고
네게 파송된 자들을 돌로치는 자여 암탉이 그 새끼를 날개 아래 모음같이
내가 네 자녀를 모으려 한일이 몇 번이야? 그러나 너희가 원치 아니하였도다」하신
주님의 마음을 갖을 때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축복도, 주님의 마음도 느낄 수 없습니다.
회색도시 중심으로 이사 왔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녁이면 구보를 합니다.
아파트 상가를 지나 해군 학사를 내려가 대신시장, 가구가게, 이발소, 서점 옆으로 돌아
주유소, 색시골목 또 돌아서 빵집, 통만두집 그렇고 그런 점포를 지나
중년 나이트 카바레, 웨딩홀 다시 우측으로 돌아 보라매 회관, 조금 숨가쁘다 싶을냥
담 끼고 뛰다보면 유치원, 사우나 또 우측으로 돌아 시계방, 노상주차장
그리고 굴따라 이어지는 신호등 두 번째에서 나도 멈추고,부목사 사택 바라보고,
오던 길 되돌아 다시 뛰기 시작,
좌측의 보신탕 집, 천주교회, 임대 놓은 중국집 또 좌측으로 자동차 센타, 병무청 정문(휴우)
그때부터는 쉬엄쉬엄 내리막길 내려옵니다.
강 따라 이어지는 신작로가 아니기에 이 사람 저 사람 피해야 하고
코스모스 만발한 철길 아니기에 이 간판 저 간판 걸리적거리지만
스쳐가는 풍경들은 세상을 보여 줍니다.
들려지는 소리들은 인생을 들려줍니다.
뛸때마다 기도가 됩니다.
뛰면서 생각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무수한 상점과 집들을 지날 때마다 간절한 소원이 잉태됩니다.
주여 저들을 구원하소서!
주여 내 발길 닿는 이 땅을 우리에게 주소서!
오늘도 그렇게 그 집들을 지나지나 왔습니다.
오늘도 그렇게 부목사사택을 보며보며 축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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