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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야기(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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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용범 작성일 09-07-22 12:21 조회 5,22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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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야기


고전 속의 심봉사와 청이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매 토요일이면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그저 그런 결혼식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주례를 했던,교회의 송집사님과 딸의 결혼이야기입니다.


올해 67세의 집사님은

중학교 1학년때 부모 없이 형과 피난 와서 오늘을 맞이했습니다.

그간에 대기업 사장도 지냈고, 지금은 사업을 하시지만

당뇨합병으로 몇 번의 심장이 멈추는 위기를 겪기도 했던 터라,

사랑하는 외동딸의 결혼을 서두른 것 같았습니다.

유별나게 정겨우신 집사님은, 손수 딸 결혼에 챙겨야 할 것이 많았는지

결혼 당일에는 피곤기가 역력했습니다.


드디어 아빠이신 집사님은

아내보다 자기를 더 닮은 딸의 손을 잡고

한 걸음 두걸음 웨딩마치에 맞추어 입장했습니다.

25년을 곱게 키워 이제는 남의 집 아들에게 넘겨주어야 하는 때가 된 것입니다.

슬퍼 눈물이 고였는지, 집사님은 휘청거렸습니다.

유난히 길게 늘리워진 주단은,생애 가장 긴 길이었을 겁니다.

딸과 함께 산 시간을 추억하며

딸과 함께하는 마지막 산 길이었을 겁니다.

주례목사 앞에서의 부녀는 여전히 아쉽고 슬펐나 봅니다.

아빠손 놓고 떠나는 딸도 차마 떠나질 못한체

신랑보다는 아빠를 끌어 안았습니다.

쳐져가는 아빠의 볼을 비볐습니다.


그렇게 시집간 딸은

그 이튿날 바삐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시집이 미국 뉴저지였기 때문입니다.

그날 집사님은 또 울었답니다.

이제는 아내도 따라 울었답니다.


행여 '나 죽었다한들 올 수 있을까?' 하여

딸 바라보고 울고

참으로 '미국으로 시집가는가?' 하며

큰짐 바라보고 울고

집으로 오는 차중에선 '어디쯤 갔을까' 또 생각하여 울고

집에 와선 딸 방 문 열어보고 울고

갑작스레 넓어진 듯한 집안에서 부부가 마주보고 울고

눈이 부어 울고

떠나온 옛 고향 생각나서 울고

어릴제 헤어진, 살아 계시다면 100세가 넘었을

어머니가 그리워서 울고,했답니다.


이젠 어느덧 늙어 쇠해지고,

병들어 약드시는 집사님이시지만,

딸 사랑에는

아빠의 정에는

쇠함도 이기고 병듦도 상관없나 봅니다.


주일날 집사님은 감사헌금을 바쳤습니다.

딸 행복기원하며 믿음만큼 바쳤을 겁니다.

떡도 만들어 대접했습니다.

사위도 자식이라고 굳게 굳게 믿으며,


헌금 바친 손은 딸 키운 손이요,

떡 돌린 손은 딸 붙든 손이기에

딸을 위한 기도가 배어 있는 듯 했습니다.

딸을 향한 행복기원이 떡고물 마냥 묻어 있는 듯 했습니다.


딸아 행복해라.

딸아 참아야 한다.

아마, 이 기도와 이 마음으로

정성껏 두손으로 하나님께 헌금 바쳤을 겁니다.

아내와 함께 떡 담고 담아 교우들께 돌렸을 겁니다.


결혼이 며칠 지난 이번 주일에도 아빠는 또 우셨습니다.

작은 종의 작은 축복기도에 "아멘" 하시면서 눈물을 훔쳤기 때문입니다.


집사님댁의 결혼,

딸은 웃고 아빠만 우는 그런 결혼이 아니었습니다.

딸은 마음으로 울고, 아빠는 눈으로 울고

엄마는 숨어서 울고

목사는 이별의 슬픔이 모여서 우는 그 눈물속에서

지극한 가족사랑을 보았습니다.


진주보다 귀한 진실의 눈물이 있는 결혼이었기에

신부도 아름다웠습니다.

축복도 축하도 풍성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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