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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홀에서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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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용범 작성일 09-07-22 12:37 조회 5,13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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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홀에서


평소 가까이서 존경하던 김모 목사님의 출판기념회가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목사님들의 출판기념회는 설교집인데 비해

김모 목사님의 출판회는 고희를 바라보는 인생의 황혼녘에서

살아온 여정을 돌아본 전기였습니다.

그것도 자신이 평가하고 기록을 하지 않고

자유기고가의 눈과 입을 통해서 책으로 출간되었던 것입니다.


김모 목사님이 명사인지라... 많이들 오셨습니다.

전직 대통령 두분, 전직 국무총리 두분, 정당의 대표들, 장관 서너분, 국회의원 여러분, 대학 총장, 외교관 그리고 셀 수 없는 교우들과 목사님들.....


항상 이런 곳이면 몇 부류의 명사(?)들이 있습니다.

힘꽤나 있겠다 싶은 인물들이 오면, 달려나가서 큰절을 올리고

잘 아는 냥 이말 저말을 붙이는 부류가 있습니다.

이때 조금 심하다 싶은 명사(?)는 카메라맨까지 대동하여

함께 있는 모습을 찍어 댑니다.

일종의 「과시형」입니다.

이런 명사, 실제는 초대받지 않았을 겁니다만

오직 그 주연의 주인공인냥 남의 잔치에 와서 덕보고 있는 겁니다.


또 한 부류는 「비즈니스」형입니다.

주로 출입구 가까운 곳에 위치하여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이렇게 살피고 저렇게 살피다가 어찌 어찌 인사할 처지가 되면

부리나케 명함을 돌립니다.

매사를 기회로 삼는 것은 나무랄 수 없지만

유감 되게 기념품은 누구보다도 잽싸게 받아 챙깁니다.


또다른 한 부류는「껄떡형입니다.

이런 곳 한쪽엔 으레 음식상이 차려져 있기 마련인데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의 음식은 없습니다.

오신 손님, 섭섭치 않게, 소식으로 드실 수 있게 차려집니다.

배부르게 먹고자 한다면 집에 가서 드셔야 됩니다.

손님들은 인사 치레로 간단하게, 마른 목을 적시면 됩니다만

이 껄떡거리는 명사는 식전에 먼저 개시를 하시고,

한쪽에선 박수치고, 축사하는데 아랑 곳 하지 않고 오직 드시는 일에 힘쓰십니다.

잡수는 것이 무슨 죄가 되겠습니까마는

대신 잡수지 못하는 참 명사가 계시니 억울한 겁니다.


세종홀! 최고급 연회장답게 훌륭했습니다.

좋았습니다. 푹신한 카펫트, 휘앙 찬란한 상제리등.....

관현악단의 잔잔한 음악, 덥지도 춥지도 않은 쾌적한 실내온도,

나비 넥타이의 웨이터, 그리고 점잖은 신사숙녀들.....


이 모든 것을 언뜻 보면 영화처럼 조화 있게 보이지만....

한시간이 지나니 흠이 보인 겁니다.

다 점잖은 신사숙녀만은 아니었습니다.

훌륭한 세종홀에서 훌륭한 명사들이 참석한 훌륭한 목사님의

훌륭한 잔치였는데, 거기에도 객꾼이 있었습니다.

가롯유다가 있었습니다.


사람의 부류, 여럿입니다.

명사들도,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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