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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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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용범 작성일 13-05-14 12:52 조회 4,61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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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분의 물품을 유품이라 하고
그분의 작품을 전시하는 일을 유고전이라고 합니다.
오늘도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을 대하며 추모하고
내 아들덕에, 이 아들의 방에서 아버지의 유고전에 참예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면서 손 때 묵은 성경책과 그 갈피에 빨간볼펜 한 자루만 남기셨습니다.
그 성경 책 뒷장에는 유언아닌 유언이 기록되어 있었는데
"이 성경은 생명의 말씀이니 잘 읽고 잘지켜 행하라." 는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아버지의 장례를 마친 후
뜻밖의 유품을 형제들이 죄다 나누게 되었는데
돌아가시기 전, 병색이 완연한 가운데서 붓을 빌려다가
일필휘지로 '謝感事凡'를 여러장 써놓으셨던 겁니다.
이 덕에, 이 성구가 가훈이 되었고, 형제들은 액자에 담아 걸어두게 되었습니다.
벌써 26년 전의 일입니다.

아버지는 아니계셔도 글이,그리고 액자의 글씨가 그동안 우리와 동거했었습니다. 
어느 덧 세월만큼 종이색도 바래고
힘든 세상살이에 '범사감사'가 지겨워 언제부터 인가 슬그머니 내려졌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이사하는 날,
여전히 산뜩한 그림은 걸리우는데 비해 이 유품은 구석으로 밀릴 참이었습니다만
아들아이가 자기 방에 걸었습니다.
할아버지의 글이고 글씨라고 하며, 눈물겨웠습니다.
아들아이는 생시의 할아버지를 모릅니다.
자기 돌 지난 후 세상을 떠나셨기에, 많지 않은 사진에서만 뵙던 할아버지인데,,,
과연 피가 흐르는구나 싶어 놀랐습니다.

아들아이 덕에 할아버지가 살아났습니다.
지금은 아버지 앞에 약간은 죄송한 마음을 갖고 
그 글 아래서 자판을 두드리며 당신의 손자를 칭찬하는 것입니다. 
손자덕에, 비록 찾는 이 없는 아버지의 유고전일지라도
매일 이방에서 개최되고 있으니
우리 아버지는 아들보단 손자를 잘두신 할아버지입니다.

그 손자가 이젠 장성해서, 늦은 나이지만 군입대를 앞두고 있으니
천국에서도 흡족하실 성 싶습니다.

잠3:20) 내 아들아 내 말에 주의하며 나의 이르는 것에 네 귀를 기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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