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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리 3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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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용범 작성일 17-01-06 23:08 조회 2,47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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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할머니가 한 분 계십니다.

년세가 지극하셔서, 요즘 누워 주무시는 시간이 아주 많습니다.

눈도 귀도 벌써 어두워지셨고, 치아도 부실하시고, 다리에 힘이 없어 앉아드시는 일도 버거워 하십니다.


평생을 수절하셨으니 자식이 없어 속 끓였던 일은 없었을지라도 수녀원의 할머니수녀처럼

어쩌면 고독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직은 곱고 자태가 단정합니다.

가끔은 치매가 아닌가 하는 의심행동은 있지만,


이름하여 쥴리할머니,

잡종인 암캐인데 딸아이 초등학교시절 발레를 끊는 조건으로 사들인 애완견입니다.

이 개를 보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은혜를 헤아리곤 합니다.

보잘것 없는 개가 사랑을 받으며 지금껏 장수하니 은혜를 입은 것이요,

그 사랑의 조건이 개가 아닌, 우리네의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인 사랑이었기에 개팔자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밖에서 고생하다 진작에 단명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점차로 기운이 진하여 가고 있습니다.

개도 잠들면 자기 열조에게로 가는지 아닌지 알 순 없어도 떠나는 날이 머지않아 올 듯합니다.

그래서 식구들끼리 말하곤 합니다.

" 우리가 15년을 넘도록 키웠으니 사람으로 치면 중학생정도네,,죽으면 허전하고 슬프겠지? "

분명히 그럴 것입니다.

이때 뒷처리는 내가 담당할 듯한데 마땅한 곳이 없어 걱정입니다.

작은 동산은 지난해 깎여 빌라촌이 들어섰으니,, 남의 밭에 묻을 수도 없고,


그동안 사람 넷과 한 개가 함께 살았으니 피차가 고생했습니다.

젖뗀지 4일째 된 갓난아기로 와서, 소녀와 숙녀와 여사의 시절을 거쳐, 환갑진갑 다 지난,

구순의 할머니가 되었으니 동요대로 꼬부랑할머니인 셈입니다.

그러나 기계도 말귀가 알아 듣는 스마트한 세상에 말이 통하지 않아 개는 더 고생했을 성 싶습니다.


찬송소리에 앉아 잠잠하고, 딸아이가 피아노 치면 의자에 올라 즐거워 하고,

누가 울면 끙끙대고, 누가 누구를 때리는 시늉을 하면 때리는 사람에게 으르렁 해주고,

그럼에도 가는 세월에 어느덧 털도 나지 않고 빛도 사라졌습니다.


요즘 쥴리할머니는 무슨 꿈을 꿀까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 눈에 비친 세상은 과연 개판인지, 자기의 살았던 날들을 뭐라 할지,

우리 식구의 신앙은 어떤지도 묻고 싶습니다.

지난 봄 딸아이는 생전의 기념인지, 개모델에 출연시켰고 답례로 모델된 큰사진을 받아왔습니다.

여름에는 가족휴가에 데리고 갔었는데 사랑을 유독 쏟는 만큼 다 나중 준비인 듯했습니다. 


지금 쥴리할머니가 일어나셔서 식사를 하셨네요.

입맛 없으실 것을 염려해 식당에서 싸온 고기 몇점에,,감동하셨을까요?


잠12:10) 의인은 그 육축의 생명을 돌아보나 악인의 긍휼은 잔인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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